현대 엘리트론에서 수정적 다원주의와 신보수주의(4)

5. 바흐라흐(p. Bachrach)와 바라츠(M. Baratz) 신엘리트이론

 

그들은 다알의 실증적 접근방법이 단순한 명성에 의하여 엘리트의 권력행사를 파악하려고 한 헌터의 방법보다는 우수하지만 엘리트에 의한 권력행사의 다른 하나의 측면을 고려하지 못하였다고 비판하였다. 바흐라흐와 바라츠의 주요 주장은 정치권력이 두 가지 얼굴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밝은 얼굴은 정책결정과정이며 어두운 얼굴은 정책의제설정 과정인데, 엘리트는 불리한 정책의제가 채택되지 않도록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며 이는, 엘리트들은 자신들에게 안전한 이슈만을 논의하고 불리한 문제는 거론조차 못하게 봉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것을 무의사결정론이라고 한다.

 

무의사결정은 흔히 정책의제설정과정 이외에 정책결정 및 집행과정에도 이루어진다. 무의사결정에 대해 쉽게 알아보면 현실적 배경으로는 1960년대 미국의 흑인폭동이 있다. 무의사결정론의 특징으로는 특정 사회적 이슈의 진입 자체를 의도적으로 거부하는 무의사결정은 의도적으로 은밀하게 진행된다는 점에서 결정자의 무관심과 무능력에 기인한 의제채택 실패현상과는 다르며, 무의사결정은 정책의제설정과정뿐만 아니라 정책결정 및 집행 등 정책의 전 과정에서 발생한다(정책결정 및 집행의 의도적 연기). 또한 무의사결정은 제3종 오류(정책문제를 잘못 인지함으로써 나타나는 오류)와 관련이 있다.

 

이러한 무의사결정이 발생하는 원인에는 크게 5가지로 불리한 사태의 방지, 과잉충성, 지배적 가치에 대한 부정, 편견적 정치체제에 대한 부정, 관료이익과 상충이 있다. 무의사결정의 수단으로는 폭력의 행사, 권력의 행사, 편견의 동원, 기존의 지배적 규범이나 절차의 강조를 통한 억압, 편견의 수정ㆍ강화(현존하는 절차나 규범의 수정ㆍ보완), 결정의 지연, 위장합의, 협박과 회유, 집행의지연 등이 있다.

 

우리나라의 무의사결정 사례로는 1970년대 노동문제, 환경문제, 사회복지문제 등이 있다. 다음으로는 신다원론 즉 수정적 다원주의에 대해 알아보자.

 

6. 수정적 다원주의(Neo-pluralism)

 

수정적 다원주의의 의의는 다원주의(선거과정을 통한 엘리트간의 경쟁)와 무의사결정론의 결합(기업의 특권인정과 노동자의 의사에 대한 억압)의 형태이다. 이러한 수정적 다원주의는 다원주의적 요소로는 정부는 선거경쟁, 이익집단의 로비, 의회의 견제 등 다원주의적 요소를 지니고 있으며 신엘리트주의적 요소로는 정부가 다원주의적 요소를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특수이익집단인 기업집단에 특권적 지위를 부여하는데 그 이유는 세계화된 경제 환경과 이데올로기 및 불황ㆍ인플레이션 등 경제적 요인이 정부의 존립기반을 위태롭게 하기 때문이다.

 

수정적 다원주의는 능동적으로 기능하는 국가관으로 수정적 다원주의에서 정부는 중립적 조정자가 아니며 기업의 이익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하는 존재이다. 정부에 가해지는 외적 환경이나 구조적 제약의 고려해야 하는데 세계적인 경제 환경의 변화 등을 고려해야 한다. 이처럼 수정적 다원주의는 다원주의를 비판적 관점에서 수용하는 입장이다.

 

이 이론은 고전적인 다원주의가 지나치게 집단의 자율적인 역할만을 강조한 나머지 정부의 자율성, 독자성을 무시하였고, 또한 정책과정에서 이데올로기, 이념적 요소 등을 무시하였다고 비판하고 있다.

 

아울러 자본주의국가에서는 정부가 기업집단에 특권을 부여할 수밖에 없으며, 정부와 기업집단이 연결되어 불평등구조를 심화시켰다고 본다. 따라서 정부관은 중립적이 아닌 능동적으로 기능하는 정부로 인식하며, 구조적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수정적 다원주의에서 다원주의에 대한 주요 의문으로는 다원론은 정책과정에 작용하는 보수주의나 진보주의 등과 같은 이데올로기의 역할을 고려하지 못했으며, 이익집단의 중요성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관료와 정부의 이해관계, 그리고 활동 등을 등한시한다. 또한 정부의 능동적이고 적극적 측면, 즉 독립변수로서의 역할을 간과하였고, 기업가의 특권적 지위를 제대로 고려하지 못하고 정책에 대한 외적인 환경이나 구조적 제약 등을 등한시하며 잠재적 이익집단이나 정부 내 부처 간의 견제·균형으로 특수이익이 지배하지 못할 것으로 보는 다원론의 견해에 의문을 제기하였다.

 

수정적 다원주의의 특징으로는 크게 4자기로 볼 수 있다. 첫째,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기업집단에 특권을 부여할 수밖에 없다. 그 이유는 불황, 인플레이션 등이 정부의 존립기반을 위태롭게 하기 때문이다. 둘째, 정부의 중립적·수동적 역할을 강조하는 고전적 다원론과는 달리, 전문화된 체제를 갖추고 능동적 개입자로 기능한다. 따라서 특수이익집단(특히 기업이익)의 우월적 존재가능성을 인정한다. 셋째, 정부의 개입으로 인한 불평등 구조의 심화를 방지하기 위한 구조적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넷째, 선거 등의 외적 통제보다는 국가관료 간의 내적 견제, 정부기구의 분화를 통한 민주주의 확립 필요성을 강조하고 또한 불평등구조의 심화를 방지하기 위해서 구조적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한다. 다음에서는 엘리트이론에서 수정적 다원주의와 대립되는 이념으로써 신보수주의를 설명하기에 앞서 엘리트이론에서 보수주의에 대해 먼저 알아보고자 한다.